가수 이미자씨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그녀는 대한민국 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레전드 트로트 가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 대해 알고나면 그동안 국민 가수로 추앙 받던 이미자씨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왜 그녀는 하나뿐인 딸에게 유독 매정하게 대했는지, 그리고 이 유명한 국민가수가 남편에게 만큼은 왜 철저한 ‘을’로 살아왔는지 그 이유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1959년 <열아홉 순정> 으로 데뷔하며 큰 인기를 얻게 된 이미자씨는 다음해인 1960년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였던 정진흡씨와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뒤인 1964년 딸 정재은씨를 낳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미자씨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남편의 폭력때문이었는데요.
그리고 얼마 후 이미자씨는 정진흡씨와 이혼을 하게 되었고 3살밖에 안된 딸 정재은씨는 그때부터 아버지 손에서 자라게 됩니다.
한때 나름 유명했던 정진흡씨는 3류 악단장으로 전락하게 되고 여러가지 이유로 큰 빚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그때부터 정재은씨는 그때부터 아버지와 지방을 전전하며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야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보다못한 외할버지는 손녀가 6살쯤 되었을 때 이미자씨에게 데려갑니다.
3년만에 모녀가 극적으로 상봉한 것인데요. 이미자씨가 딸에게 같이 살것인지 물었는데요.
딸 정재은씨는 “엄마는 너무 많은 것을 가졌고, 아빠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으니 아빠와 함께 살겠습니다” 라고 답했고 며칠 뒤 모녀는 다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미자씨와 정재은씨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은 그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정재은씨는 8살부터 악극단에 소속되어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고 1979년에는 일본 가요계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많은 음악 평론가들은 정재은씨가 이미자씨에 버금가는 좋은 목소리와 가창력을 가졌다고 말하곤 합니다.
한때 국내에서 발표한 노래 ‘항구’는 레코드 판매 부분에서 조용필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후 몇년간 국내에서 꽤나 이름을 떨치며 활동을 이어갔는데요. 그러나 이미자의 딸이라는 가슴아픈 시선이 꼬리표처럼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1986년 정재은씨의 아버지는 큰 빚을 지고 몰래 일본으로 도망가버리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오갈 데가 없을 정도로 힘든 현실에 직면한 그녀는 조금은 충동적으로 24살의 나이에 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식을 앞둔 많은 분들이 부모 생각이 간절해지듯 정재은씨도 결혼식을 앞두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어머니 이미자씨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나 끝내 이미자씨는 딸의 결혼식에 나타나지 않았고 정재은씨는 부모님 없는 쓸쓸한 결혼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정재은씨는 6개월이라는 짧은 결혼생활을 끝으로 이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를 더욱 더 충격에 빠지게 했던 건 이혼 후 얼마 안있어 공항에서 마주친 어머니와의 일이었습니다.
정재은씨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였지만 매몰차게 보내며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이때 정재은씨의 심경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그녀는 얼마 후 미련없이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을 하게됩니다.
정재은씨는 일본에서 데뷔함과 동시에 일본 레코드 신인상을 수상하고, 오리콘 차트 연속 1위까지 하면서 일본 가요계를 대표하는 한류스타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재은씨는 또다시 우연히 마주친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는데 아무말없이 바라만 보고 가셨다고 회상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첫번째 모녀 상봉 때 딸 정재은씨가 아버지와 살겠다고 한 순간 이미자씨는 딸 정재은씨를 철저히 잊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자씨가 자서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전 남편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싶은데 아이가 있으면 그것이 어렵다”
“그 때부터 딸과 단호하게 연락을 끊고 단절하고 살기로 마음먹었다”며 속사정을 밝혔습니다.
이미자씨의 헌신적인 재혼생활은 더욱더 딸 정재은씨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하는데요.
이미자씨는 1970년 KBS 피디였던 김창수씨와 재혼을 하게됩니다.
그녀는 집안에서 헌신적인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당시 김창수씨도 이혼을 한 상태였고, 전처와의 사이에 딸 두명이 있었고 훗날 이미자씨는 아들을 한명 더 낳았는데, 두 딸과 아들에게 정말 헌신적인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무대에 서 있을때는 가수이지만 집 문안으로 들어온 순간 가정주부. 원래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바깥 일은 모두 잊어버린다. 가정에서는 남편 다음이 나다.”
라며 본인의 생활을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왜 그녀는 이렇게 헌신적으로 산 것일까요?
첫번째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 불행한 가정에서 살아왔고, 첫번째 결혼생활도 비극이었기에 재혼 만큼은 꼭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로부터 인정을 받기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재혼 당시 남편은 보수적이고 만만찮은 종갓집의 큰 아들이었기 때문에 이미자씨를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아들을 출산하기 전까지 그녀를 맏며느리로 인정을 하지 않을 정도였는데요. 그녀는 이를 인정받기 위해 결국 헌신적인 삶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딸 정재은씨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엄마를 이해한다. 엄마의 인생이 평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좋은 목소리를 물려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 엄마와 딱 한번 포옹을 해보고 싶다” 라며 속마음을 밝힌 적 있습니다.
원망은 커녕 어머니 이미자씨의 행복을 빌어주는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부디 더 늦기전에 딸 정재은씨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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