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생으로 올해 87살이 된 신구 씨는 원래부터 배우를 꿈꾸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누구보다 학업에 열중했던 그는 학창 시절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목표로 했을 정도였죠. 게다가 신구 씨가 졸업한 경기고등학교는 입시 명문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렸던 곳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목표 하던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입시에 결국 실패하고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합니다. 자신이 목표한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그는 다시 한 번 서울대학교에 도전했지만 또 한 번 실패를 겪고 맙니다. 이후 신구씨는 더 이상의 도전을 멈추고 결국 군대에 입대하죠.
그후 연기에 목숨을 걸었다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치열하게 살던 신구 씨는 후배 소개로 안내 하진숙 씨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한 번만 만나서 결혼하던 과거 그 시절에도 무려 6년이나 연애를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첫 만남 당시 신구 씨의 나이가 무려 34살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39살이라는 굉장히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것이죠.
당시 교제를 하던 하진숙 씨는 오래도록 만남을 이어가던 신구 씨가 결혼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아 큰 실망을 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는지 이에 상심한 하진숙 씨는 급기야 미국으로 떠나 버리기 까지 했죠.
이후 신구 씨는 떠난 하진숙 씨의 마음을 돌리려고 계속해서 편지를 보낸 끝에야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 그토록 사랑을 했으면 빨리 결혼을 했으면 되었을 터인데 왜 그토록 결혼을 미뤘던 것일까요.
신구 씨는 그 이유를 ‘돈이 없어서’ 라고 밝혔습니다. 신구 씨는 결혼하기 2년 전인 1972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었고 한참 동안 무명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80년대에 들어서고야 안정적인 출연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불안정한데 거기다 인지도도 낮았으니, 실제로 그는 늘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렸듯이 신구 씨는 명문 고등학교인 경기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친구들의 결혼식을 지켜보며 자신도 저렇게 번듯한 모습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이죠.
배우로 데뷔한 신구 씨는 외모도 연기력도 그다지 뛰어난 사람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신구 씨는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요.
앞서 언급하였듯이 많은 실패를 경험한 그는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정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죠. 당시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는 드라마로 처음 넘어 갔을 때를 기억하며 ‘녹화 당일 카메라 리허설 후 점심 먹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저는 점심때 스튜디오가 텅 비면 밥을 굶고 혼자 대본 리딩 연습을 했어요.’ 라는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 그는 어떤 역할이든 불평 없이 소화해 낸 것으로 유명한데요. 신구 씨는 ‘연기 초기엔 주로 부정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하지만 불만 없이 열심히 했죠. 드라마 <야간 비행>을 찍을 땐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작가 김동현 씨가 제 비중을 자꾸 늘려줘서 나중엔 전체 극 가운데에 서기도 했죠.’라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연기자로써 성공을 거둔 신구 씨는 안주하지 않고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근엄하고 진지한 역할을 해왔던 신구 씨는 이후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선 툭하면 화를 내고 푼수끼까지 있는 ‘노구’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해 냈습니다.
이로 인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이 기세를 몰아 출연한 롯데리아 광고에선 ‘니들이 게맛을 알아.’ 라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유행어를 남기기도 했죠.
과거 서울대 입학에 실패하고 돈이 없어서 39살 까지 결혼을 미뤘던 그는 어느새 자신의 고등학교 동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될 정도로 배우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신구 씨는 특히 연극무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합니다. 연극으로 배우생활을 시작했기에 더 애착이 갔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신구 씨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현재 출연 중인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는데요.
당초 신구 씨가 맡았던 회차엔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세를 탄 오영수 씨가 대신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마지막까지 연극 출연을 강행하려고 했지만 관계자들의 만류와 설득 끝에 결국 입원을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건강상의 이유로 입원한 신구 씨는 본인의 몸보다 지금도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늘 마음에 걸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신구 씨와 이순재 씨 두 사람의 깊은 우정에 대해 들려드리고 싶네요. 과거 라디오에 출연한 이순재 씨가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 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신구 씨를 선택할 정도로 두 사람은 굉장히 각별한 사이입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배우 활동을 했다는 점, 연극에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작용하여 두 사람이 절친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두 분의 꿈은 더 오래도록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러고보면 신구 씨, 이순재 씨 두분 다 근엄하고 진지한 연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시트콤에서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는 점도 닮아 있네요.
어쩌면 이제는 원로 배우가 된 이순재, 신구 씨는 서로가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존재이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순재 씨에게 이번 신구 씨의 건강악화 소식은 누구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부디 신구 씨가 건강을 회복하여 이순재 씨와 함께 오래오래 연기활동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