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죽기 직전까지 팼어요…” 안세영이 폭행영상과 함께 공개한 협회의 추악한 실체

집단의 이름으로 까라면 까고 까기 싫으면 조용히 하기가 생존 비기로 통하는 한국 사회에 안세영이 돌을 던졌습니다. 안세영은 스스로 부조리하다고 확신한 배드민턴 협회와의 싸움을 걸기 위해 전략을 세웠고, 분노를 힘으로 바꾸며 기다렸던 것인데요. 힘이 있어야 발언권이 생기는 현실은 가혹하지만 그 비정함을 일찍부터 깨우치고 영리하게 발언을 한 안세영의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네요. 사실 배드민턴협회는 문제가 많은 협회입니다. 2021년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딴 정경은 전 국가대표 선수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정경은 선수는 선수 선발 리그 전 성적 50%와 심사위원 평가 50%를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면서 본인보다 성적이 낮은 선수가 심사위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최종 5위 안에 포함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특히 심사 위원 3명이 본인 팀 선수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심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선발 시스템이라며 심사위원 구성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안을 마련해 더는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기를 호소했습니다. 게다가 2014년에는 배드민턴협회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이용대 선수가 세계배드민턴 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참가하는 감독과 선수는 이코노미석을 타고 협회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특히 비즈니스석을 타고 갔음에도 조기 귀국해 대표팀이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임원 누구도 보지 못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따고 꼭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발언에 힘이 있을 때 말하고 싶었다라고 대답하며 협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죠. 안세영이 이렇게 분노하게 된 계기는 부상부터 시작됩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 결승전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친 채로 투혼을 펼쳐 금메달을 따낸 뒤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회복세가 더디고 아픈 채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힘들어 했고 이 과정에서 안세영은 꾸준히 국제 대회에 출전을 했는데 기복이 심해 논란이 되자 무릎을 재검진받고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재검진 받았더니, 올림픽 전엔 나을 수 없다고 했다며 첫 검진이 오진이었다고 글을 썼습니다. 이후에는 올림픽에 매진하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수를 줄였습니다. 부상 직후 협회를 통해 받은 검진 결과가 오진이었다는 점 그리고 부상 속에서도 A급 대회만 아닌 여러 대회를 다 소화해야 했던 점들이 불만으로 쌓였고 그 과정에서 트레이너와 대한배드민턴협회 사이에 충돌 지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무려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무릎 부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건 나을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갑자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습니다.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해서 나중에 자세하게 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일정 때문에 믹스트존 인터뷰를 마치고 안세영은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을 포함한 외신 기자들이 가득한 기자회견에서 안세영은 더 강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을 스스로 라스트 댄스로 생각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안세영은 대표팀에 대해서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저는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도 제 기록을 위해서도 나아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저는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대표팀을 은퇴한다는 얘기냐는 질문이 나오자 안세영은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게 된다면 선수에게 좀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 복식이 엄연히 다르고 선수 자격도 박탈당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협회는 너무 모든 걸 다 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강요를 하는 것 같아 저는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이 하나만 나온 것은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그야말로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안세영 선수가 언급한 선수 보호의 핵심은 결국 낡은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입니다. 그는 타이쯔잉은 국제대회에 전담 트레이너 2명과 코치 1명을 대동하고, 천위페이도 이번 대회에 트레이너 2명을 데려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껏 우리 대표팀 운영은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복식 위주였고, 경기력 관리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배드민턴 협회장인 김택진은 협회가 안세영 선수의 부상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해줬다고 해명했습니다. 올림픽 전 유럽 전지 훈련에 1500만 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한의사를 파견했다고 주장하며, 안세영 선수에게만 특혜를 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 등의 지원으로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성인은 물론 주니어 대표까지 300명이 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세계 랭킹 1위라고 특정 선수에게만 예산을 모두 쓸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드민턴 종목에는 없는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는 등 협회가 할 수 있는 지원을 해줬으며, 이런 지원을 받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상에 대한 첫 검진에서 오진이 났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협회장은 입을 열었습니다. 협회 자료를 보고 다시 면밀히 검토를 해야겠지만, 체육회 진천 선수촌의 선수들이 다니는 병원을 다녔는데 이후 안세영 선수의 전담 트레이너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갔고 거기서 오진이라고 했는데 뭐가 오진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협회 관계자는 안세영 선수를 전담한 트레이너는 4개월 경력이며, 안세영 선수가 어느 병원을 갔는지, 또 해당 트레이너가 그 병원에 근무했는지 여부는 더 확인해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선수에게 야박하다고 생각하며,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고 선수 자격도 박탈당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대표팀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협회장은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개인 자격으로는 국제대회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개인 자격으로 세계 배드민턴 연맹의 승인을 받은 국제 대회 참가 요청의 경우, 국가대표 은퇴 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기준은 국가대표 활동 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입니다. 여기에 따르면 안세영 선수는 나이에 걸려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설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배드민턴협회와 양궁협회가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세영 선수 스스로 배드민턴협회가 양궁처럼 투명해지길 원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5년부터 올해까지 40년간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로 대한민국 양궁을 후원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양궁이 무려 40년 가까이 세계 무대를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양궁계의 투명성과 공정성, 양궁협회의 행정 능력, 그리고 단체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과 헌신 덕분이었습니다.

먼저 한국 양궁의 10연패 신화에 결정적인 요인은 대표 선수 선발 과정입니다. 투명한 선수 선발 시스템이 그 핵심으로, 신인부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까지 지나온 행적과 업적을 무시하고 원점에서 승부합니다. 그야말로 계급장을 다 떼고 실력만으로 겨루는 것이죠. 모두 오차에 걸친 피 말리는 경쟁을 통해 국가대표로 뽑히는데, 오로지 과녁에 꽂힌 점수로만 승부를 가리는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니 선배 후배 따위의 서열도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한국 대표팀 선발이 더 어렵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서 각 실업팀, 대학팀, 유소년팀 지도자들이 어떠한 잡음 없이 선수 육성과 경기력 향상에만 힘을 쏟습니다. 선수와 지도자 선발 과정에서 야기되는 공정성 시비와 절차상 하자, 학연과 지연 등을 앞세운 파벌 싸움, 경기인과 비경기인 행정가들 사이의 불화와 갈등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철저한 실력주의니까요.

한국 양궁에는 금수저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양궁은 과거 성적, 학벌과 관계없이 수개월간 이어지는 선발전에서 수천 발의 화살을 과녁 가운데 가장 잘 꽂은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달게 됩니다. 국가대표를 포함한 모든 선수가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 선발전이라는 촘촘한 채를 통해 걸러지고, 고등학생에게 세계 톱 랭커들이 덜미를 잡히는 곳이 한국 양궁 대표 선발전이기에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어떤 배경, 어떤 환경에 있는지와 관계없이 오로지 잘 쏜 선수가 선발되는 제도”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양궁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도 모든 스포츠 단체들이 본으로 삼아야 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는 최고의 협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는 다릅니다. 회장을 비롯한 배드민턴협회 임원진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발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엔트리가 드물게 3차례 수정되었는데,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격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20명 가운데 6명이 교체되어 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가 2명으로 줄어들고, 복식은 4개 조 파트너가 뒤바뀌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같은 해 세계선수권 참가 당시 배드민턴협회는 선수 6명이 출전했는데 임원진이 8명이나 따라붙었고, 설상가상으로 선수단은 이코노미석, 임원들은 모두 비즈니스석에 탑승했기에 더욱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22살의 어린 나이에 안세영 선수가 감당하기에 배드민턴 협회의 언론 플레이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용기를 낸 안세영 선수가 끝까지 힘을 내 협회와의 갈등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보태줘야 할 시기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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