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날 시댁에는 안마의자 보내더니 부모님 대신 날 키워주신 할머님께는 고작 돼지 갈비 선물을 보낸 남편. 이 사실을 알고 남편의 참교육을 시키신 시부모님께 정말 놀랐는데요.
안녕하세요. 꾸준하게 올려주시는 사연 잘 듣고 있는 단골 애청자로서 이번에는 제 사연을 소개 할까합니다.
명절 연휴를 얼마 앞두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네 어머니” “잠깐 통화 가능하니?”
“네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걱정할 일 아니고, 조금 전에 안마의자가 왔지 뭐니, 너희들 살기도 빠듯할 텐데 뭐하러 이런 걸 두개나 사서 보냈니? 돈 꽤나 들었을텐데.. 친구네 갔더니 있어서 한 번 써봤는데 좋기는 하더라만서도 어떻게 이런 걸 살 생각을 했니? 한 개만 있었도 되는데 두개씩이나.. 너희들이 사 준것이니 정말 고맙고 정말 정말 잘 쓰마”
시어머니께서 엄청 들뜬 목소리로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 감을 잡고서는
“아니에요 어머님, 애들 봐주시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드시데요, 항상 마음으로만 감사하다하고 뭐 제대로 해 드린게 없어서, 피로라도 풀어시라고 보냈어요”
“손주들 보는 거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고맙긴 뭐가 고마워, 일하는 중 일텐데 얼른 일해라, 하여튼 고맙구나” “네 어머니, 퇴근하고 바로 갈께요”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명절 선물로 남편이 상의도 없이 보냈다는 것에 제 속마음은 허탈하기만 했었죠.
여기서 잠깐 저희 부부를 소개하자면, 저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남편은 조그마하게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 시작 할 무렵에는 준비 시간을 많이 가져서 차린 사업이지만, 생각대로 일이 되는게 아니다 보니, 사업장에서 생각지도 않은 비용이 들어 갈때마다, 월급이 적지 않았던 저의 돈으로 버티다보니, 다행히 시간이 흐를 수록 사업이 자리를 잡게되면서 남편이 변하는 게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회사에서 받는 월급을 푼 돈으로 생각하는거에요.
“이래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니까 안 그래? 그 월급 평생 모아봤자 푼돈밖에는 안돼. 그 돈으론 떵떵거리며 살지도 못해, 그니까 나한테 감사하게 생각하란 말이야” 라며 남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며 거만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저희 부부는 맞벌이였기에 육아 분담을 하고 있었는데, 사업이 잘 되고 바쁘기 시작하면서 육아도 나 몰라라 하는 거예요.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야근하게 되면, 남편에게 애들을 데리고 오라고 부탁하면 나도 바쁘다고 거절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 그 도움도 안되는 월급받아 뭐할려고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애들이나 잘 키워, 사람 피곤하게 하지말고. 나만 피곤한게 아니야 우리 부모님은 뭔 고생이냐고?”
“말이 너무 심한것 아냐? 그나마 내가 직장이라도 다녔으니까,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 이렇게까지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었쟎아, 갈수록 말이 너무 심한 것 같으네” 그러면 남편은 “또 그 얘기, 누가 알면 몇 십억 몇 백억 도와준 줄 알겠다. 쥐꼬리만큼 보태줘 놓고선 생색은? 나 지금 그 돈 당신한테 갚고도 남은것 같은데 그 말 이제 그만해, 그리고 회사 그만 두라고 하는 것도 애들때문이쟎아, 회사 당장 때려쳐”
남편이 짜증과 거만은 하늘을 찌르고, 저는 홧병이 날 지경이었지만 시부모님께 표현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나 좋은 분들이기에 말을 할 수가 없었는데요.
늦은 퇴근 후, 시댁으로 바삐가니 숨이 가쁘고 땀 법벅이 된 저를 보고는 어머님이 뭘 바쁘게 다니냐하시면서 땀을 딱아 주셨어요. 고마우신 어머니…
“저녁 안먹었지? 애들은 다 먹였으니 여기서 한 술 뜨고 가거라”
“아니에요 애들 재우고 먹을게요. 어머님 힘드시쟎아요”
“난 괜찮다, 돈도 중하지만 잘 먹으면서 다녀야지, 돈 그거 아무 소용없다, 건강이 최고란다, 근데 요즘 네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 구나, 요번 토요일 날 내가 잘 가는 한의원에 가자 내가 한 재 지워주마, 네가 건강해야 된다, 엄마는 아프면 안된다 알겠니?”
“전 필요없는데, 어머님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아범 하는 일이 잘 되니 내가 너무 기분이 좋구나, 이게 한 두푼하는 것도 아니고 두 대씩이나 사고 말이다. 아버진 좋아서 일어날 생각도 안하시고 잠도 그기서 주무신단다. 사돈 어르신께도 보내드렸지? 사돈 어르신도 좋아하겠구나” 시어머니께서 밝으신 표정으로 당연히 그렇게 했지라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얘, 왜 그러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놀라서 저를 다그치시는데 눈물만 뚝뚝, 진정이 안되는 거예요. 한참을 울고나서는 놀라신 시부모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라 할머니께 효도해야 된다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였지만, 결혼이라는 것을 훌쩍해 버려, 효도하겠다하고선 잘 못해드리니 항상 마음이 아리고 안쓰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미웠습니다. 이런 마음이 있는 줄 알면서도 시댁엔 두 대의 안마의자를, 할머니께는 돼지갈비만 보냈으니 너무 서운한겁니다.
“이게 뭔 소리니? 그럼 사돈 어르신한테는 안마의자를 안보내고 여기에만 두 대씩이나 보냈다는 거냐? 그럼 할머니께는 뭘 보냈다고 하더냐?”
“돼지 갈비라고 하더라구요”
“이 정신 나간 놈, 돈 좀 번다고 너를 그렇게 깔보고 있었다는 거냐? 뒷바라지 해 준게 누군데, 은혜를 갚아도 모자랄 판국에 이딴 식으로 행동을 한다고?”
온화 하신 시아버님의 화난 얼굴은 결혼 후 처음 보는 얼굴이라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당장 남편에게 전화를 하시는 거예요.
“너 지금 어디니? 뭐? 어디고 뭐고 당장 집으로 와라 이놈아”
남편은 뭔 일인고하는 얼굴로 시댁으로 왔습니다.
“너 이거 뭐 하는 짓이냐? 사돈 어르신께 명절 선물로 뭘 보냈다고? 돼지 갈비? 돈 좀 번다고 네 앞에는 아무도 안 보이니? 돈 좀 번다고 있는 유세 없는 유세는 다 떨고 있네,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고마운것도 감사한 것도 아무것도 몰라? 사돈 어르신이 없었으면 애미도 없고, 애미가 없었으면 니가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을 것 같으냐? 너 혼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애? 이 나쁜 놈아, 니가 그렇게 변한 줄 몰랐다 어떻게 내 자식이지만 내가 애미보기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놈아”
아버님이 남편을 잘 못 키웠다고 등짝을 연신 내리치셨고 어머님은 많이 맞아서 사람이 된다면 더 때리라고 더 부추기고, 난리가 난리도 아닌 날이 되었어요.
남편은 본인도 하느라고 하여 이렇게 까지 성공했는데 사람들마다 마누라 덕에 먹고 산다는 소리만 하고, 본인은 아무도 알아 주지도 않으니, 심술도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죄송하다고 생각이 짧았다고 싹싹 빌었어요.
시부모님께서 남편에게 잘난 척 하지말고 육아며, 집안 일도 많이 도와주라고, 애미 얼굴이 반쪽이나서 볼 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남편은 무조건 “예예 잘 하겠습니다” 계속 빌었구요.
그 일이 있고, 몇일 지난 날, 심숭생숭한 마음으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신거예요
“야야, 이게 뭐냐? 안마의자가 집에 왔다, 이거 많이 비싼 것 같던데, 돈 벌기도 힘든데 이 걸.. 그런데 사돈양반들이 직접 오셔서 안마의자 사용 방법을 다 가르쳐 주시고 가셨다 이게 뭔 일이냐?”
“네 정말? 시부모님께서 직접이요? 말씀이 없으셔서 잘 몰랐어요. 할머니 좋으세요?”
“그럼 좋구 말구, 아까워서 아껴서 쓰야겠다”
“뭘 아껴쓰요? 막 쓰세요, 그거 고장도 잘 안난대요, 고장나면 또 사드릴께요”
할머니께서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어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본인이 사서 보낸게 아니란다. 그럼 누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 그거말이냐? 니 시누랑 같이 가서 최신걸로 보내 드렸다. 내가 아들 잘 못키워 니 얼굴을 볼 수가 없지 않겠니, 그래서 아버지랑 의논해서 바로 사서 보내자고 하더구나. 그런데 사용방법을 잘 모르실까봐 직접가서 얼굴도 뵙고 겸사겸사 갔다 왔다. 바쁜 것은 알겠는데 할머님 잘 챙겨드려라 알겠니?”
어머님 말씀은, 짧고 간단, 명료하셨고, 저는 시부모님께 정말 정말 감사하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부모님이 또 있을까 쉽습니다.
마침내 명절 전날이 되었고, 가족들과 음식을 만들었는데요, 저의 시댁은 시아버님, 남편 모두 손 걷어붙이고 음식을 만들었어요. 행복한 명절을 보냈습니다.
지금의 남편은 결혼 초의 멋있고 사리분별 잘하고 효도 잘 하는 사람으로 다시 바뀌어, 열심히 맡은 임무에 충실하고 있답니다